블로그 리뉴얼 및 소감

2021년에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주니어 개발자로서 많은 고민과 걱정을 안고 첫 글(블로그를 시작하며)을 남겼다. 하지만 그런 염려도 잠시, 어느덧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당시의 걱정 많던 주니어 개발자는 이제 시니어 개발자를 목전에 두고 있다. 그동안 20편이 넘는 글을 써왔고, 한 차례 이직도 경험했다. 블로그 역시 노션 기반의 oopy에서 gatsby3, 그리고 Next.js로 옮겨가며 변화해왔다. (그 사이, 평생을 함께할 사람과 고양이 두 마리도 가족이 되었다.)
블로그를 운영하며 느낀 점이 많았기에, 그동안의 소회를 정리해 남겨보려 한다.
어떤 글을 쓸 것 인가
되도록 커뮤니티에도 도움이 되고 내 스스로도 도움이 되는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한다. 일단 내 경력에 맞는 개발에 대한 이런 저런 생각을 에세이에 적어볼 생각이다. - 블로그를 시작하며
처음에는 커뮤니티에 도움이 되는 글을 쓰자는 생각으로 주제를 정해왔다. 사람들이 궁금해하지만 관련 글이 부족한 주제를 찾아 다뤘고, 덕분에 "리액트 설계", "리액트 상태관리" 같은 키워드는 수년째 구글 검색 상위권(1~2위)에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이 글들은 2021년에 작성된 만큼, 4년이 지난 지금은 많은 내용이 바뀌었고, 나 역시 새롭게 느낀 부분들이 많아 올해 리뉴얼할 예정이다. (기술 블로그 글도 시간이 지나면 결국 레거시가 되어버린다.)
내가 블로그를 시작했던 2021년에는 단순히 남의 글을 베껴 정리한 후, 마치 자신의 지식인 양 올리는 블로그들이 많았다. 특히 velog나 tistory 같은 플랫폼에서 이런 글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런데 2025년 현재는 이 현상이 더 심각해졌다. 이제는 여러 글을 짜깁기하고, ChatGPT 같은 AI 서비스를 활용해 자신의 생각인 것처럼 포장하는 일이 훨씬 쉬워졌다. 일종의 지식 도둑질이자 지식 커뮤니티를 더럽히는 오물투척 행위이다.

물론 나도 글을 쓸 때 ChatGPT를 활용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글을 다듬고 지식을 확장하는 보조 도구로 사용할 뿐, 저급한 양산형 글을 만드는 것은 지양한다. 글을 쓰는 일은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다. 때로는 좋은 코드를 짜는 것보다도 더 어렵고 힘들다. 언젠가 내가 쓴 글도 AI 학습 데이터의 일부가 되어 원래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남긴 양질의 글이 AI의 답변 수준을 높여 커뮤니티에 도움이 된다면, 블로그를 운영하는 의미는 여전히 존재할 것이다.
AI가 AI로 양산된 글을 읽고, 다시 AI가 그 글을 참고해 또 다른 글을 만들어내는 세상이 온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최근 Medium 같은 플랫폼도 이런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는 듯하다. 특히, 수익 창출이 개입되면 이런 현상은 더욱 가속화된다.
그래서 나는 블로그를 처음 시작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광고를 넣지 않을 것이다. 내 블로그는 일종의 오픈소스처럼, 누구나 자유롭게 지식을 얻을 수 있는 공간으로 남길 생각이다.
어떻게 세팅할 것인가
이번 블로그 리뉴얼을 하면서 여러 가지 선택지를 고민해봤다. 처음에는 기존에 사용하던 gatsby3를 유지한 채 레이아웃만 변경하려 했지만, 최신 Node.js LTS 환경에서는 제대로 동작하지 않았다. (결국 썩은 레거시가 되어버린 프레임워크였다.) 이 일을 계기로 단순한 디자인 변경이 아니라, 블로그를 운영하는 기술과 플랫폼 자체를 다시 정비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가장 먼저 떠오른 선택지는 oopy였다. oopy는 노션 기반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글 작성이 편리하고, 작성과 동시에 배포된다는 장점이 있다. 한동안 oopy 세팅을 마치고, 일주일간 무료 플랜을 적용해 테스트했지만, 금세 잊고 있던 단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가장 큰 문제는 레이아웃이 노션 내부 구조에 제한된다는 점이다. 특히, 블로그에서 발행일은 매우 중요한 요소인데, oopy에서는 이를 데이터베이스 형태로 관리하지 않으면 사용자에게 언제 발행된 글인지 명확하게 전달할 방법이 없다. 결국 글 본문에 직접 발행일을 적어야 하는데, 이는 번거로울뿐더러 유지보수 측면에서도 비효율적이다. 게다가 robots.txt
나 sitemap.xml
수정이 원활하지 않아 SEO 관리도 쉽지 않아 보였다. 이런 단점들 때문에 oopy는 다시 제외했다.
다음으로 최근 많이 사용되는 Astro 같은 정적 사이트 생성 프레임워크도 검토해봤다. 하지만 생태계가 가장 크고, 유지보수를 오래 할 수 있는 Next.js가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몇 년 전만 해도 Next.js로 블로그를 만드는 것은 꽤 까다로운 일이었지만, 지금은 제공되는 기능이 많아져 훨씬 수월해졌다.
Next.js 기반의 CMS가 내장된 템플릿도 고려해봤지만, 대부분 CMS 내부의 데이터베이스를 사용해 메타 정보를 관리하고 있었다. 나처럼 기존 블로그를 운영하던 사람이 데이터를 옮기려면 상당히 번거롭고,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이런 문제는 Tistory나 다른 블로그 플랫폼을 사용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결국, 내가 직접 블로그를 구축하고 운영하는 것이 가장 유연한 선택지라는 결론을 내렸다. 직접 운영하면 언제든 메타 정보를 변경할 수 있고, 플랫폼을 옮길 때도 비교적 자유롭다. 블로그를 어떻게 세팅할지는 단순한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운영 방식과 지속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는 중요한 결정이다.
무조건 도메인을 사라
블로그를 운영한다면, 반드시 도메인을 구매할 것을 추천한다.
내가 정성 들여 쓴 글이 다른 곳에서 링크되면, 그 글이 속한 사이트의 신뢰도가 올라간다. 이 신뢰도는 도메인을 기반으로 쌓이기 때문에 만약 다른 플랫폼에 글을 올린다면, 해당 플랫폼의 도메인 신뢰도가 올라가고 검색 엔진에서 상위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예를 들어, Vercel이나 Velog에 글을 올리고 해당 글이 많이 공유되면, 신뢰도가 쌓이는 것은 내 블로그가 아니라 .vercel.app
, .velog.io
같은 플랫폼의 도메인이다. 결국, 내가 열심히 글을 써도 플랫폼만 좋은 일을 시키는 셈이다.
아무리 좋은 글이라도 검색되지 않으면 널리 공유될 수 없다. 검색 엔진의 신뢰도를 쌓는 것은 개인의 자산과도 같다. 따라서, 오랜 기간 블로그를 운영할 계획이라면 반드시 도메인을 구매해 블로그에 연동할 것을 추천한다.
나 역시 블로그를 여러 기술과 플랫폼으로 새롭게 구축해 왔지만, 도메인과 라우트(route)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덕분에 블로그를 이전하더라도 기존 글의 신뢰도가 유지되며, 검색 노출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
디테일을 놓치지 마라
프론트엔드 개발자라면, 블로그를 만들 때도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블로그의 디자인만 볼때는 템플릿을 활용하거나 개인의 미적 감각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완벽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프론트엔드 개발자는 디자이너처럼 1px의 차이, 작은 흔들림 하나에도 집중해야 하는 직업이다.
UI의 미묘한 뒤틀림이나 정교하지 않은 요소들은 단순한 디자인 문제가 아니라, 그 개발자의 평소 개발 습관과 장인정신을 반영하기도 한다. 종종 블로그의 글 내용보다도, 화면에서 보이는 작은 디테일에서 아마추어 같은 인상을 받는 경우가 많다.
결국, 블로그에서 글의 내용만큼 화면의 디테일도 중요하다. (사실, 내 기존 블로그도 깨지는 구간이 많았지만 귀찮아서 수정을 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반성하는 의미로 이 글을 써본다.)
참으로 게으르다
마지막으로, 이 글은 스스로의 게으름에 대한 고백이다.
행복해서 게으른 걸까, 아니면 게을러서 행복한 걸까. 블로그 글을 하나 쓰고 나면, 눈 깜짝할 사이에 시간이 흘러가고, 어느새 또 한참을 행복하게 살아온 나를 발견한다. MBTI에서 말하는 P인지 J인지 헷갈릴 정도로, 분명 무언가를 쓰고 있었지만 발행도 못 한 채 시간만 지나간 글들이 쌓여 있다.
예전에는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공부하고 글을 쓰는 루틴이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내가 인지하지도 못한 채 그 습관은 사라져 버렸다. 습관이라는 건 큰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지속되는 행동이어야 한다. 그런데 어쩌면, 나 스스로의 본성에 반하는 것들을 습관으로 만들려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라져 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정신을 차리지 않아도 유지할 수 있는 루틴을 만들 수 있을까. 게으른 본성을 기민하게 속여볼 수 있지 않을까? 시스템화하고, 회고를 하면 나아질까? 하지만 이 자체도 본성과 반하는 행위라, 인지하지도 못한 채 또 사라질 것 같기도 하다.
결국, 게으름을 이겨내는 것은 본성을 거스르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강한 동기가 필요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회사가 위기를 겪고 스텝업하지 않으면 현상을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 동기가 될 수도 있다. 나에겐 어떤 동기가 필요할까
하지만 나는 단순하게 가고 싶다.
낭만닥터 김사부가 "살린다" 하나만 본다면, 낭만개발자 스티비는 "만든다" 하나만 본다.

열정은 배신하고, 실력이 진짜다.
게으름을 역행해서 실력을 만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