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핑 스티비

불확실성
모든 것을 예측하려고 한다
나는 많은 것을 미리 예측하고 계획하려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MBTI로 따지면 J형으로, 어떤 일이든 플랜 A, 플랜 B를 넘어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상상하고 준비하려는 습관이 있다. 업무에서도 어떤 이슈가 생기면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사이드 이펙트까지 미리 생각해보고, 팀원들과 공유하는 편이다.
이런 성향은 분명 장점이 될 수 있다. 문제를 사전에 방지하고, 준비된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때로는 도를 지나쳐 나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들기도 한다.
예를 들어, 베트남에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모바일 체크인이 되지 않았던 일이 있었다. 공항에서 사람이 붐빌 것이라 예측했고, 동행인과 떨어져 앉게 될까 봐 짜증이 났다. 결국 실제로 동행인과 떨어져 앉게 되었고, 예측은 적중했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기에 당황하지는 않았다. 다만, 그 상황을 미리 상상하고 걱정했던 내가, ‘아직 오지도 않은 매를 미리 맞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업무에서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최근 조직이 기능 조직에서 목적 조직으로 재편되면서 불확실성이 커졌다. 나는 그 변화가 초래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들을 미리 상상했고, 혼자만 걱정한 것이 아니라 동료들과 그 불안을 공유하기도 했다.
이 경험들을 통해 느낀 점은 나는 불확실성을 만나면 일어나지 않은 일들을 상상하며 미리 두려움을 느끼지만 오히려 상황이 닥쳤을 때는 미리 예측을 했기 때문에 그에 맞춰 대응하고 안도하는 타입이였다.
불확실성은 나를 ‘불안핑’으로 만든다
나는 불확실한 상황을 마주하면 쉽게 불안을 느낀다. 가끔은 그 불안을 주변 사람들과 동료들에게까지 퍼트리기도 한다. 개선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왜 나는 이렇게까지 불확실한 상황을 불안해하는 걸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던 중, 교보문고를 둘러보다가 《걱정 해방》이라는 책을 발견했다. 독일인 저자가 쓴 이 책의 부제는 마치 나에게 하는 말 같았다. “우리는 왜 항상 나에게 닥칠 위험을 과대평가하는가”
책에서는 인간이 실제로 닥친 최악의 상황보다 ‘불확실성’ 자체를 더 두려워한다고 설명한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주식시장도 그렇다. 악재가 터졌을 때보다, ‘터질지도 모른다’는 불확실성이 클 때 더 큰 하락이 발생하곤 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혹시’에 대비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상상하고, 그에 맞춰 대응 전략을 세우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던 것이다.
또, 부정적인 감정은 전염성이 강하다. 마치 산불의 불씨처럼 작은 불안도 주변으로 퍼지면 큰 걱정과 혼란을 만들 수 있다. 그렇게 나 스스로가 불안의 불씨를 퍼뜨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돌아보니, 미안함과 함께 반성도 들었다. 두려움은 사람을 방어적으로 만들고, 무언가를 시도하려는 동기를 약화시킨다. 주변의 의욕 있는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쳐 결국 조직 전체,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 나는 이런 생각을 한다. 이 불확실한 상황들 앞에서, 나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이제는 불안을 전파하는 사람이 아니라, 불안을 관리하고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불확실성을 대하는 방법
예측하지말고 대응하라
불확실성에서 오는 스트레스의 근본 원인 중 하나는 바로 ‘생각벌레’다. 불확실한 상황은 불안을 자극하고, 뇌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과도하게 빠르게 움직인다. 그러다 보면 다양한 시나리오를 떠올리게 되고, 그 시나리오들로부터 부정적인 감정을 함께 받으며 스스로 스트레스를 키우게 된다.
물론 예측이 정확하고, 그에 따라 사전에 준비된 대로 대응하면 문제를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 우리의 예측은 그렇게 자주 맞지 않는다. 오히려 대부분의 시나리오는 실제로 일어나지 않거나, 일어나더라도 생각보다 쉽게 해결되곤 한다.
주식 투자도 마찬가지다. 미래를 예측하려 하기보다는, 시장의 변화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유연하게 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업무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미리 예측하고 통제하려 애쓰기보다는, 변화하는 상황 속에서 문제를 다각도로 바라보고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정확한 예측이 아니라, 빠르고 유연한 대응력이다. 불확실성을 억제하려 하기보다, 흐름 속에서 균형 있게 반응할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불확실성은 기회다
‘위기는 기회다’라는 말은 익숙하다. 많은 사람에게 불확실성은 위기로 다가온다. 좀더 확대해서 본다면 불확실성은 기회이다. 왜 불확실성은 기회일까?
일단, 불확실성은 우리의 뇌를 활성화시킨다. 생존 본능이 작동하고, 뇌는 학습과 발견 모드로 전환된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오히려 새로운 에너지를 얻는다. 물론 그 에너지가 지나치면 불안으로 번지고, 주변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지만, 적절히 통제할 수 있다면 이는 앞으로 나아가는 동력이 될 수 있다.
또, 불확실한 상황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지를 우리에게 제공한다. 정해진 답이 없기 때문에 방향은 스스로 정할 수 있다. 실수를 할 수도 있고, 성공할 수도 있지만 그 안에서 우리는 경험과 배움을 얻게 된다.
결국, 불확실성은 통제 불가능한 위협이 아니라, 방향을 정할 수 있는 기회의 순간이다.
불확실한 상황을 만났을 때 불쾌해하거나 두려워하기보다는, “이건 내가 방향을 정할 수 있는 기회다”라고 받아들인다면, 그 순간의 불안은 나의 통제 아래 놓이게 되고, 긍정적인 행동으로 전환될 수 있다.
상황을 줌아웃해서 판단하자
불확실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벽에 붙은 파리처럼 상황을 바깥에서 바라보는 관점, 즉 ‘줌아웃’의 시선이 필요하다.
내 시선에서만 상황을 보면, 불확실성은 끝없는 위기와 불안처럼 느껴진다. 이는 인간이 본능적으로 부정적인 정보에 더 민감한 부정성 편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불'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따뜻한 촛불보다 산불처럼 위협적인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불확실성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부정적인 면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줌아웃해서 상황을 바라보면, 그 안에 존재하는 기회와 긍정적인 가능성도 보이기 시작한다.
이런 관점을 갖게 되면서 나는 깨달았다. 불확실성을 두려워하는 건 나만이 아니며, 누구나 그런 상황에서 불안을 느낀다. 나 혼자만 과민하게 반응하는 게 아니었다는 사실은 큰 위안이 되었고, 그 인식만으로도 부정적인 생각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었다.
결국, 불안한 순간일수록 시야를 넓히고, 나 자신을 객관화하는 시도가 필요하다.
그럴 때 우리는 보다 균형 잡힌 판단과 유연한 대응을 할 수 있게 된다.
마치며
불확실성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그것을 대하는 태도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나는 이제 예측에 갇히기보다, 유연하게 대응하며 흐름을 읽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난세에 휘둘리는 게 아니라 난세를 타야 한다. 불안에 휘둘리기보다 기회로 전환하고, 나 자신을 줌아웃해 바라보며 균형 잡힌 시선을 유지하려 한다.